서점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아보다가 괜찮을듯 싶어 산 책이다. 
춘추 전국 시대의 유명한 제자백가를 꼽자면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등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유가, 도가는 조금이나마 알지만 묵가, 법가는 대부분 모르고 있다. 나 역시도 묵가와 법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묵가는 묵자, 법가는 한비자라는 간단한 상식만을 알고 있었다. 
춘추 전국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는 몇천년이 넘는 시간의 차이와 역사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긴 세월을 뚫고 나와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위대함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오래된 모든 책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한비자는 춘추 전국 시대에도 유명한 사상이었고, 여러 성군들이 그 정신을 높이 샀다고 했다. 또한 한비자는 법가사상이니만큼 법으로 지배되는 지금에도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비자는 법가사상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만을 획일적으로, 무조건적인 맹신으로 믿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덕경에서 노자가 주장했던 하나의 큰 도(大道)에 속한 하나의 작은 도(小道)를 한비자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사회에 접목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노자는 대동사회라고 해서 적게 알고 서로 왕래가 없이 조용히 살아가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이상세계로 삼았지만, 한비자는 법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적게는 개인간의 관계에서부터 크게는 국가간의 정치, 외교에 올바른 길을 세우려고 했다. 우선, 한비자는 인간의 품성을 성선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순자처럼 성악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인간이라함은 도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이기적이며 욕망을 가진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도덕적인 면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노자의 말대로 소국과민의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다. 하지만 호전적이면서 지배, 권력욕이 있는 인간은 노자의 생각대로만은 평화로운 이상세계를 만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을 제어하기 위해서 필요한 또따른 하나의 도(道)가 법인 것이다. 
이러한 철학을 가진 한비자를 읽으면서 계속 데카르트가 생각났다. 분명 그 두사람은 살았던 시대도, 환경도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하나의 진리가 있었다. 데카르트는 스파르타가 귀족제의 사회에서도 한명의 위대한 국왕을 중심으로 모든 법이 움직였기 때문에 그 강력한 아테네 연합과 같은 국가들과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비자도 같은 생각이다. 한명의 강력한 권력을 가진 왕이 상과 벌을 주관함으로써 다른 혼란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왕에게 속한 하나의 질서를 구축하여 혼란을 막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전제정치, 독재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위대한 여러사람보다 그들보다는 조금 덜한 한사람의 의견이 전사적이면서도 통일된 정책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오캄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는 말이 있다. 복잡한 가정을 세우는 것보다 단순한 하나가 답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똑같은 사람은 아니다. 각자의 개성이 있고 각자의 능력이 있는 제각각으로 다른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을 자로 잰듯이 똑같은 생활을 하라고 하면 그때부터 그들은 인간이 아니게 된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능력에 따라 직책을 부여하는 사회가 인간다운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한비자의 법은 가장 인간다운 사회를 현실적으로 실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과 벌은 엄격하되 통합된 하나의 권력에 의해 실행되어야 한다. 또한 각자의 개성에 맞게 그 법은 유연성이 있어야 하지만 난잡해서는 안된다. 각자의 입장에서 정의라는 개념에 맞게 법이 실행되어야 하며 그 방법은 상대적인 개념에서의 평등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한비자
국내도서
저자 : 성동호
출판 : 홍신문화사 200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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