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또한 서점에서 읽을만한 책을 이리저리 뒤져보다가 찾은 책이다. 도덕경이나 손자병법, 한비자와 같이 원문 위주의 해석이 아니라 묵자를 연구한 중국의 학자가 묵자의 중요 구절에서 교훈적인 부분을 따내어 여러 예시를 통해 설명한 책이다.
 
춘추 전국시대의 여러 현자 (諸子)와 수많은 학파 (百家) 중에서 유명하지만 그만큼은 잘 알려지지 않은 묵자와 그의 학파인 묵가. 06년도에는 중국에서 묵공이라는 영화로도 나올 정도로 유명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묵자 하면 잘 모른다. 조금이나마 안다고 해도 겸애설(兼愛說)을 주장한 묵자라는 것만 알 뿐이다. 
묵자는 다른 사상가들과는 달리 평민 출신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그런지 묵자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왕후장상의 신분은 태어난 집안만 다르지, 모두 똑같은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위에서 아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위로, 또는 평등한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노력했다. 
이러한 묵자의 주요 사상은 크게 두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겸애(兼愛)이고 또 하나는 비공(非攻)이다. 하지만 이 둘은 다른 내용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 공격해서는 안된다는 비공의 정신이 만들어진 것이다. 묵자의 학파에서 수비에 대한 병법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은 이렇게 사람을 모두 평등하게 생각하며 또 그들을 모두 사랑하는 것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묵자는 모든 사람을 사랑했을까. 그 답은 이 책에 3번이나 등장하는 그의 말로 통해 알 수 있다. 
 

- 今有人於此, 有子十人, 一人耕而九人處, 則耕者不可以不益急矣. 何故? 則食者衆而耕者寡也, 今天莫爲義, 則子如勸者也, 何故止我? - (지금 여기에 한 사람이 있는데, 자식이 열 명 있다고 하자. 한 사람이 농사를 짓고 아홉 명은 들어앉아 있다면 농사짓는 사람은 더욱 다급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먹는 사람은 많은데 농사짓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지금 천하엔 의로움을 행하는 이가 없으니 그대는 마땅히 내게 의로움을 권해야 할 것이어늘 어째서 나를 말리는가?)
 
이렇게 묵자는 다른사람들이 어떻게 하든, 세상이 어떻든간에 우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데 힘을 썼다. 오히려 세상에 의로움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묵자는 이러한 큰 주장 외에도 다른 여러 주장을 펼쳤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그는 사람들의 허례허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물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만족할 수 있는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후장(厚葬)을 하는 시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어차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떠나보낸 것에 대한 비통함만 간직하면 될 뿐, 그를 위해 3년이나 생업을 놓거나 건강을 버려가면서 억지로 슬퍼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는 사람들의 생활을 극히 염려하는 묵자의 생각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한비자가 공자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면, 묵자는 노자와 비슷한 사상이 많다. 전자들은 우선 머리로 사람들을 위한다면, 후자들은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위하는 것이다.

 
이렇게 묵자는 사람들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 묵자의 원문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작가인 위청이 전해주는 이야기만으로도 묵자의 사상과 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위정자를 혐오하고, 전쟁에 아파하는 힘없는 자를 불쌍히 여기며, 모든 사람이 잘 살게 하고픈 그의 마음은 정말 사상가가 아니라 한 명의 성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묵자
국내도서
저자 : 친위 / 이영화,송철규역
출판 : 예문 20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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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미디어의 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를 가든간에 온갖 미디어를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신문에 끼어오는 전단지부터 시작해서 TV, 인터넷의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는 다양하면서도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해 있다.
 
저자는 이러한 미디어의 사회를 크게 3개의 세력으로 나누어 설명하려고 한다. 우선 미디어 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기존의 매스 미디어 세력이 있다. 이들은 신문사라든지 TV 방송국과 같이 흔히 생각되는 거대한 전통 세력이다. 다양하고도 전문적인 내용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세력이다. 또다른 세력은 미디어 비즈니스이다. 이들은 미디어를 직접적으로 생산하지는 않고, 이들 미디어와 소비자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주로 한다. 신문 배급소도 그 영역에 속할 수도 있고, 인터넷 포탈 서비스와 같이 무형적인 세력도 있다. 나머지 마지막 세력은 다름아닌 개인 미디어 세력이다. 기술의 발달과 정보의 풍요로 개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확립하면서도 그러한 의견을 개성있고도 흥미있는 콘텐트로 생산해낸다. 가장 유명한 것이 UCC이다. 실제로 이 UCC는 User Created Content 이지만 흔히들 개인 제작 동영상과 같은 제작물로 알고 있다. 단순히 동영상 뿐만 아니라, 사진이라든지 문서와 같이 개인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지 UCC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 미디어 비즈니스, 개인 미디어 이들 3 세력은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경쟁의 구도에 있다. 매스미디어는 미디어 비즈니스 없이는 소비자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며, 매스 미디어는 수많은 개인 미디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을 필요로 한다. 미디어 비즈니스는 또한 개인미디어와 제휴하여 자신의 세력을 넓혀나가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이 3 세력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도 서로 융합되는 복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3 세력이 나중에 어떠한 모습으로 진화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3 세력을 잘 이해해서 미디어로 가득찬 세상에서도 보이지 않는 미디어의 세상을 이해해서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미디어 삼국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는지에 따른 적절한 대응으로 사회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삼성경제 연구소 에세이.  (SERI)시리즈.


미디어 삼국지
국내도서
저자 : 김영환
출판 : 삼성경제연구소 2007.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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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아보다가 괜찮을듯 싶어 산 책이다. 
춘추 전국 시대의 유명한 제자백가를 꼽자면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등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유가, 도가는 조금이나마 알지만 묵가, 법가는 대부분 모르고 있다. 나 역시도 묵가와 법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묵가는 묵자, 법가는 한비자라는 간단한 상식만을 알고 있었다. 
춘추 전국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는 몇천년이 넘는 시간의 차이와 역사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긴 세월을 뚫고 나와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위대함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오래된 모든 책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한비자는 춘추 전국 시대에도 유명한 사상이었고, 여러 성군들이 그 정신을 높이 샀다고 했다. 또한 한비자는 법가사상이니만큼 법으로 지배되는 지금에도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비자는 법가사상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만을 획일적으로, 무조건적인 맹신으로 믿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덕경에서 노자가 주장했던 하나의 큰 도(大道)에 속한 하나의 작은 도(小道)를 한비자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사회에 접목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노자는 대동사회라고 해서 적게 알고 서로 왕래가 없이 조용히 살아가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이상세계로 삼았지만, 한비자는 법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적게는 개인간의 관계에서부터 크게는 국가간의 정치, 외교에 올바른 길을 세우려고 했다. 우선, 한비자는 인간의 품성을 성선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순자처럼 성악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인간이라함은 도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이기적이며 욕망을 가진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도덕적인 면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노자의 말대로 소국과민의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다. 하지만 호전적이면서 지배, 권력욕이 있는 인간은 노자의 생각대로만은 평화로운 이상세계를 만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을 제어하기 위해서 필요한 또따른 하나의 도(道)가 법인 것이다. 
이러한 철학을 가진 한비자를 읽으면서 계속 데카르트가 생각났다. 분명 그 두사람은 살았던 시대도, 환경도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하나의 진리가 있었다. 데카르트는 스파르타가 귀족제의 사회에서도 한명의 위대한 국왕을 중심으로 모든 법이 움직였기 때문에 그 강력한 아테네 연합과 같은 국가들과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비자도 같은 생각이다. 한명의 강력한 권력을 가진 왕이 상과 벌을 주관함으로써 다른 혼란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왕에게 속한 하나의 질서를 구축하여 혼란을 막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전제정치, 독재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위대한 여러사람보다 그들보다는 조금 덜한 한사람의 의견이 전사적이면서도 통일된 정책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오캄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는 말이 있다. 복잡한 가정을 세우는 것보다 단순한 하나가 답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똑같은 사람은 아니다. 각자의 개성이 있고 각자의 능력이 있는 제각각으로 다른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을 자로 잰듯이 똑같은 생활을 하라고 하면 그때부터 그들은 인간이 아니게 된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능력에 따라 직책을 부여하는 사회가 인간다운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한비자의 법은 가장 인간다운 사회를 현실적으로 실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과 벌은 엄격하되 통합된 하나의 권력에 의해 실행되어야 한다. 또한 각자의 개성에 맞게 그 법은 유연성이 있어야 하지만 난잡해서는 안된다. 각자의 입장에서 정의라는 개념에 맞게 법이 실행되어야 하며 그 방법은 상대적인 개념에서의 평등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한비자
국내도서
저자 : 성동호
출판 : 홍신문화사 200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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